이민생활

향수병에 시작된 취미,그리운부모님[산책길 미끄러짐 사고,담관 협착증]

별님셋 2022. 9. 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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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향수병은 심각하다 매년.... 그래도 2년에 한 번은 꼭 한국을 가는데 이번엔  코로나로 인해 한국을 못 간 지 벌써 3년이 넘어간다. ㅠㅠ 그 안에 엄마는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각하게 건강이 안 좋아지셨는데 가보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엄마는 평소에 잔병치레는 하셔도 아주 건강한 편에 속하셨다. 허나 항상 그러하듯 사건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우리에게 닥친다. 엄마에게도 그랬다.

아침마다 엄마는 아빠랑 산책도 나가시고 그렇게 평온한 일상을 보내시던 어느 날 아빠 없이 엄마 혼자서 산책을 가시다가 발을 헛디뎌서 계단에서 구르셨는데 하필 아빠도 안 계셨고... 거기에 쓰러져서 한참을 못 일어나시고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하셨다.


그 사고로 엄마는 고막이 깨지고 머리 한쪽을 바닥에 심하게 부딪치셨는데 그때부터였을까... 엄마의 건강이 조금씩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귀 쪽 근처 손상이라 그런지 중심도 잘 못 잡으시고 자꾸 어지럽다 하셨다 한다.

그러던 중 엄마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숨을 거의 안 쉬고... 정신을 잃으셨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시다가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동생을 호출했다 하셨다 한다. 사실 우리 집 바로 밑에 119가 있다.... 걸어 1분 거리... 평소에 항상 생각하고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신고 전화를 하면 된다는 건 알고 계시는데도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으셨을 터...


그 억만 겁 같이 길게만 느껴졌을 시간을 그저 안절부절 하시며 동생이 오기만 기다리셨으리라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코로나로 온 나라가 심각했던 위험한 상황에 입원을 하신 엄마는 저혈압으로 정신이 돌아오지도 않으시고 당뇨가 있으셔서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워 검사마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틀 후 다행히 호흡만 제대로 돌아온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검사를 했는데 담낭염이라 간단히 제거 수술만 하면 될 거 같다고 혈압만 잡히면 복부 절개 없이 수술하자고... 정말 너무나 다행이었다. 그렇게 혈압 안정이 되고 수술실에 들어간 얼마 후 갑자기 의사 호출이 온다.

 

의사 왈, 막상 수술을 하려고 보니까 쓸개 제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상황이 아니라 담관에 문제가 생겨 담관을 절제해 소장에 바로 연결해야 할 거 같다고... 개복을 하고 오래 걸리는 긴 수술... 엄마가 이 수술을 버티실지 모르겠다고... 수술 동의서에 서명이 필요한 거라 했다 한다.

부모가 자식을 잃으면 신장이 녹아 없어지는 고통을 매일같이 감뇌해야 하고 자식이 부모를 잃으면 10년을 앞서 늙는다 한다.  정말 심장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짝바짝 쪼그라들고 타 들어가는 듯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말 건강하기만 했던 분인데... 이제는 생과 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서류에 싸인까지 해야 되는..... 그땐 그랬다..

부모님도 부모님이지만 동생이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물론 나랑 5살밖에 차이가 안 난다지만 부모를 보내기에는 너무 일찍이지 않던가... 사실 막내는 늦둥이고 귀한 아들이었지만 부모님이 항상 바쁘셔서 제대로 된 부모사랑은 꿈도 제대로 못 꾸었었기에 자랄 땐 진짜 내가 부모가 된 듯 바라보게 되는 아이였다. 그런 동생이 더 걱정 되었다.


제발 엄마를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이었을까.. 정말 다행히도 엄마는 수술을 견디어 내셨다. 하지만 후가 문제였다. 엄마는 빠르게 회복을 하지 못하셨다. 부축 없인 걷기 힘들다 하셨고 식사도 속이 불편하다 하시며 정말 조금밖에 드시질 못하신다 하셨다. 날로 야위어가는 엄마를 차마 볼 수 없어서 전화를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름 휴가 중인 우리 엄마



사실 나도 쓸개에 문제가 생겨 제거를 했었다. 그렇기에 수술의 아픔을 알지만 난 개복은 아니었기에 엄마의 고통은 뭐 말해 뭐하겠는가... 그렇지만 그래도 회복되고 있는 엄마에게 걱정되는 얼굴은 할 수 없기에 일부러 맨날 놀리고

" 엄마 아프제? 거 봐요 내가 아프다 켓잖아요! 안 믿더만~~~~ 내가 마!  수술은 선배다 아이가~~~~^^!"

괜히 눈물 보일 수 없어 너스레 떨고...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회복 중이신 엄마를 보면서 나이가 이래서 무서운 건가? 싶고.... 아이들 옆에 건강하게 있어줘야 겠다 싶고...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런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울해졌다. 그때는 한참 호주 봉쇄령이 내려져 있던 터라 누구도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때였다. 얼마나 울었던지 셀 수도 없다.

 

부모님이 앞으로 백세를 사신다 해도 내가 부모님을 뵐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되던가! 깊은 고뇌에 빠지게 했다. 사실 여기서 부모님의 임종을 못 지키는 걸 보게 되는 건 거의 당연시 되는 일들이었다. 그래서 더 무섭고 힘들었다.

 

 

 

 

 

 

 

극강의 힘듦에서 얻은 최고의 취미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작년 크리스마스에 첫째가 산타 소원으로 뜨개질 용품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받은 선물은 엄마의 숙제가 될 것임을 직감했지만 어쩌다 보니 숙제가 아닌 엄마의 최애 취미가 되었다.

 

 

 

 

 

다른 생각들은 나지 않는 극강의 몰입을 경험했다 ㅋㅋ 신랑은 정말 취미 하다가 몸 상할까 봐 걱정을 할 정도였다. 어찌 이런 취미가 있단 말인가! 학창 시절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그저 잘하는 사람은 신기해 보이기만 했었고 난 그런 재주는 없는데~ 하고 관심 밖이었다. 근데 이런 게 정말 취미구나 싶고~ 내가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었다 ㅎ


 



그렇게 부모님 드릴 것부터 시작해서 조카들 것까지 만들게 되면서 점점 일이 커지더니 어느새 코바늘까지 하고 있는.... 그렇게 아이들 것을 만들어 주다 보니 학교 친구들이 자기들 것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많아져 고생을 좀 했다 ㅎ 그리고 정말 내 취미가 되어가나 싶을 쯔음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일이 되어가고 있는 내 취미....




오히려 그런 내가 걱정되는 신랑 왈


"제발 적당히 좀 해요!"
ㅋㅋㅋㅋㅋ

그래도 나 스스로 향수병에 너무 시달리지 않는 것 만으로도 기특하고~새로운 것을 만들 때마다 터지는 아이들의 환호와 기뻐하는 얼굴이 좋아 점점 더 만들게 되는 거 같다. 안나 씨는 마음에서 내려놓아야 될 것이 많아질 때 잡게 되는 최고의 취미를 알게 되었다.


잊고 싶은 게 있는가! 몰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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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수입은 우리 패밀리들 그리운 고향 방문 비용으로 보태는데 쓰입니다~~^^사악한 뱅기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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